관광, 역사공부, 가족애까지 도랑 치고 가재 잡기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2.12.14 09:33
사색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을 버리고 검색을 취한 시대라 책을 안 읽어도 너무 심하게 안 읽는다. 아무리 시대조류가 그렇다 해도 리더들마저 이리 책을 멀리하면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걱정된다. 카타르 월드컵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를 키운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공개 강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1년에 100권의 책을 읽는다. 바다의 등대처럼 인생의 안내서가 책이라고 생각한다. 리더의 집에는 큰 서재가 있고, 실패자의 집에는 TV와 리모컨이 있다. 책 읽어서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사람은 봤어도 책 읽어서 망했다는 사람은 못 봤다. 책이 떨어지면 곡식이 떨어지는 심정이다. 책을 사서 집에 가져오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책이 안 읽히는 시대에 읽히는 책이 되려면 조건이 몇 개 있는데 일단 ‘재미있어 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은 재미가 있다. 역사문화유산을 소재로 쓴 책 중 발군의 인기를 끈 책은 단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다. 유홍준은 미학, 미술사학, 동양철학을 공부한 미술평론가다. 미술사학자의 쉽고 재미있는 심미적 문화유산 해설이 누구에게라도 술술 읽힌 탓이다.

기자이기도 한 김종훈은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역사유적지 여행 전문가다. 『한국사 로드 1』이 딱딱한 학술적 서술과 거리가 먼 역사탐방기행문인 이유다. 그러므로 이 책에는 ‘구경(관광)하기 좋은 역사유적에 관한 정보, 그 유적에 얽힌 역사적 상식, 가족 또는 동반자와 다지는 사랑’을 동시에 얻는 일석삼조(一石三鳥)가 있다.

자, 경기도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가보자.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한탄강 주상절리길과 잔도길’이 있는 이곳에 전곡선사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돌을 깨 만든 돌도끼, 돌칼 등 초기 구석기 시대 유물의 보고다. 강변을 아무렇게나 구르는, ‘양쪽 면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돌멩이’가 미국 하버드대 모비우스 교수의 학설을 뒤집는 주먹도끼임을 알아본 사람은 미군에 입대해 동두천에서 근무하던 고고학도 그렉 보웬이었다. 한탄강변에서 연인 이상미와 데이트를 즐기던 참이었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면 뒤쪽의 넓고 푸른 공원을 지나 27만 년 전 용암이 식으며 만든 비경 재인폭포가 있고, 삼국시대 임진강을 놓고 격전을 벌였던 호로고루, 비운의 신라 경순왕릉, 그리고 국수맛집이 있다. 그러므로 전곡리는 반드시 운동화를 신고 편한 복장으로 가야 한다.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 발견도 우리나라 고고학의 최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1971년 장마를 대비해 배수로 공사를 하는 도중 인부의 삽이 돌에 걸리면서 1500년 동안 숨어 있던 무령왕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역시 한성백제에 이어 웅진백제 시대를 열었던 공산성이 있는데 백제왕궁의 유적, 유물이 지금도 계속 발굴되고 있다.

『한국사 로드 1』은 전곡리의 구석기 시대부터 고조선, 부여, 가야, 삼국시대가 남긴 유적과 유물을 다뤘다. 저자는 제5부 ‘남북국시대, 두 나라가 공존했다’의 마지막 탐방을 발해에서 마친다. 조선 정조 때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라고 명명했던 『발해고』 저자 유득공의 웅장한 역사의식을 만주땅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 발해실에서 달래야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사 로드 1』를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집밖에 나서기만 하면 사방팔방이 역사유물유적지임을 실감하게 된다. ‘역사덕후’가 십 년을 돌아도 부족할 정도니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날 이유가 없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요점도 정리가 돼 있어 부모가 읽은 후 자녀에게 넘기면 책값은 충분히 빠진다.

▲『한국사 로드 1』(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 김종훈 지음 / 텍스트CUBE 펴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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