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말 따르라, ‘원석’이 ‘보석’ 된다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스티븐 킹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편집자적 독서’도 도움

(주)글쟁이 백우진 대표 입력 : 2022.12.14 09:34
편집자주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백우진 글쟁이㈜ 대표
아툴 가완디는 인도계 미국 의사다. 일반외과 및 내분비외과 전문의이고, 공중보건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국제개발처(USAID)의 국제 보건 담당 부처장보로 지명됐다. 지명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국제 보건 업무에는 영아 및 산모 사망 예방,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유행 통제, 코로나19 대처 등이 포함된다. 그는 12월에 상원 인준을 통과하고 올해 1월 취임했다.

가완디는 1965년 미국 뉴욕에서 모두 의사인 부모 아래 태어났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공중보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보스턴 소재 브리검여성병원의 일반외과의와 하버드 의대·하버드 보건대학교의 조교수로 활동했다.

가완디가 공직에서 자신의 뜻과 전문 지식을 전 세계에 펼치게 된 기초에는 여러 역량이 있겠다. 그중에는 글쓰기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글을 잘 쓰고, 책을 여러 권 저술했다. 그는 2003년에 나온 첫 저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로 일약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KBS 선정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의사 중에서 가완디는 눈에 띄는 필자였다. 그래서 레지던트 3년 차일 때 미국의 고급 매거진 〈뉴요커〉에 기고자로 ‘추천’됐다. 추천자는 무려 맬컴 글래드웰이었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로 전 세계에 필명을 떨친 미국 저술가이고, 〈워싱턴포스트〉와 〈뉴요커〉 등에서 기사를 썼다. 글래드웰의 추천이란 가완디를 헨리 파인더라는 〈뉴요커〉 에디터에게 소개한 것이었다.

일곱 차례나 다시 쓰게 한 편집자
〈뉴요커〉 필진 중에서 가완디는 형편없는 필자였다. 파인더는 가완디가 쓴 첫 원고를 일곱 번이나 고치도록 했다. 그것도 일부 퇴고하는 작업이 아니라 전체를 다시 쓰게끔 했다. 파인더는 가완디가 원고를 일곱 번 수정하기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고 밀어붙였으며 결국 훌륭한 글이 나오리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파인더는 가완디로 하여금 자신이 가능하다고 상상한 것보다 더 깊게 생각하며 원고를 쓰도록 독려했다. 그는 가완디의 글쓰기 본능 중에서 가완디가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부류가 어느 것이며 자만해서는 안 되는 부류가 어느 것인지 보여줬다. 무엇보다 그는 가완디가 들려줄 가치가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줄곧 믿어줬다.

가완디는 파인더에게 소개된 덕분에 자신이 “가장 큰 행운을 마주친 필자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가완디가 일곱 번 다시 쓴 원고는 〈뉴요커〉에 선보였고, 이 글을 포함해 가완디의 기고를 묶어서 낸 책이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다. 파인더가 가완디의 필력을 어떻게 키워냈는지를 가완디는 이 책의 서문에서 고백했다.
가완디의 사례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편집자가 잘 깎아낸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전문적으로 글을 써온 작가나 기자에게는 편집자가 불필요할까? 아니다. 반드시 필요하다. 탁월한 작가도 편집자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뛰어난 언론인도 편집자의 지도를 인정했다.

세계적인 작가 스티븐 킹은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고 말했다. 이어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라고 말했다.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 머리말에서 이렇게 강조하고, 그러나 “편집자의 충고를 모두 받아들이는 작가는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타락한 작가들은 한결같이 편집자의 완벽한 솜씨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도 편집자인 척 베릴이 “신묘한 솜씨”를 보여준 결과라고 사례를 들었다.

편집자의 권능을 인정한 언론인은 벤 브래들리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으로서 국방부 보고서 보도와 워터게이트 심층보도를 이끌었다. 그가 지휘한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치판과 언론계를 뒤집고 흔들었다. 브래들리는 〈A Good Life〉 서문에서 “나는 평생 책 서문을 읽어왔는데, 편집자에게 감사하다고 쓰인 대목에 이르면 저자 얘기를 결코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회고록을 써보니 그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원고를 편집한 앨리스 메이휴가 “열정적이지만 강했고, 재미났지만 거칠었고, 멋진 동반자였다”고 평가했다.

킹에게도 편집자가 필요한 까닭
왜 전문 글쟁이의 원고도 편집자의 손질을 거쳐야 할까? 뛰어난 필자라도 자신의 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편집자는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뛰어나면 문제를 더 잘 짚어내지만, 그렇지 않아도 필자보다는 훨씬 더 파악한다. ‘자기 눈에 든 들보는 보이지 않아도, 남의 눈에 든 티끌은 보인다’는 말은 원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 이 글 독자 중 대다수인 일반 필자에게 주는 조언이다. 전문적인 필자도 편집자의 말을 듣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필자는 반드시 편집자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다년간 활자매체에서 근무한 내 경험을 덧붙인다. 나는 직접 기사를 쓰기도 했고, 동시에 안팎의 원고를 교열하고, 편집하는 일도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저명한 필자가 쓴 원고라도 더 다듬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하물며 내가 쓴 원고야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쓴 기사는 에디터의 손을 거친 뒤에 훨씬 더 개선돼 나오곤 했다.

글을 잘 쓰고 싶은가? 초고를 남에게 보이고 조언을 구하는 일을 주저하지 말라. 자신의 글에 대한 까칠한 의견을 ‘쓰지만 좋은 약’으로 받아들이라. 특히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온 편집자의 의견이라면 더욱 귀 기울이고 적극 받아들이라. 당신 안의 아툴 가완디는 헨리 파인더 같은 편집자가 끄집어낼 수 있다.

이를 응용한 둘째 조언은 다음과 같다.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는 실습은 남의 글을 고쳐서 써보는 편집 작업이다.’ 좋은 글을 필사하기(베껴 쓰기)가 작문 역량을 키우는 데 좋다는 권고가 많고 책도 여러 종 나왔지만, 필사보다 몇 차원 더 효율적인 방법이 편집이다. 왜 그럴까? 다른 사람의 글을 수정하다 보면, 편집자의 안목을 상당히 갖추게 되고, 그 안목을 자신이 쓰는 글에도 상당히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고쳐보지 않더라도, 머릿속에서 대안을 떠올려보는 ‘편집자적 독서’도 도움이 된다.

“편집자는 언제나 옳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다.” 스티븐 킹의 말씀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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