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실체화하는 '한미일 vs 북중러' 정작 중요한 것은...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3.03.02 08:17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발발한지 1년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2월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도시를 폭격하며 시작한 침공은 단기간 승리를 자신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양국 군인 사상자만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종전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러시아가 오는 3~4월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전차에 이어 전투기까지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 확전 우려도 나옵니다.

전쟁의 여파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등 원자재와 식량값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을 연쇄적으로 촉발해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정세가 올해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입니다. 북한은 지난 2월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데 이어 이틀 뒤에는 한미 연합비행훈련에 대응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쏘아올렸습니다.

우리 합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강조해왔던 우리 군이 '한미일 공조' 강화를 공식화한 것입니다.

냉전시대부터 한반도 안보문제를 바라보는 익숙한 시선 중 하나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은 각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따른 도식적 구분에 가까웠고 실제 대결구도가 형성된 적은 찾기 힘듭니다. 유럽의 긴장, 미중 패권경쟁 격화, 중국의 대만위협 등이 맞물리며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실제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국방백서의 대적(對敵)관 개념이 또 한번 논란입니다.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국방백서는 통상 2년마다 발간하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발간된 두 차례의 백서에서는 사라졌던 표현입니다.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군 고위인사 청문회 때마다 불거지는 단골메뉴입니다. 국방백서 발간 시점의 정부 성향에 따라 주적 개념이 오락가락하면서 정쟁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주적이 누구인지에 대한 개념설정 보다 확고한 안보태세와 정확한 정세판단, 국가의 생존과 이익에 방점을 두는 전략적 유연성일 것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금의 국제 체제가 영토를 침탈하는 전면전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깨트렸습니다. 국가의 '자강능력이' 부족하면 언제든 국민과 국가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안보적 이해를 같이하는 국제적 연대 강화, 우리 군의 빈틈없는 국방전략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절실히 고민하길 바랍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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