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 주변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책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북 입력 : 2023.03.07 09:56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어린 여우가 물을 거의 건넜을 때 그만 꼬리를 적시고 말았다. 이로운 바가 없다’. 주역(周易) 마지막 64괘(卦) 미제(未濟)다. 작은 실패가 뒤따랐으니 미완이다. 미완은 완결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작은 실패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면 더 큰 성취가 있으니 실패에서 교훈을 찾으라는 계시다. 

완결에 가까운 63괘 기제(旣濟, 형통함이 적어 처음은 길하나 결국 어지러워진다)보다 나쁘지 않다.삶이 63괘로 귀결될 것으로 예측되는 유력자들이 사방에 널렸다. 그 뻔한 결말이 본인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근거가 궁금하다. 아마도 주역을 한 번도 접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故) 신영복 선생께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런 순리를 언급하면서 주역을 새로이 인식하게 된 독자가 많다.

중국 대표 석학 이중톈의 고전 6강 『사람을 말하다』(2013 중앙북스)의 제 1강 역시 주역이다. 그는 ‘주역이 인류 정신문명의 금자탑이자 지혜의 결정’이라고 했다. 과학이 세상 모든 이치를 설명하지 못한다. ‘주역은 무려 3000년 동안 발전해온 지혜의 결정이지 단순한 점(点)이 아니다. 공자, 소크라테스보다 500년이나 앞선 주역은 거북이 등뼈로 점을 치던 것이 서양에서는 과학으로, 동양에서는 철학으로 발전’했다.주역의 핵심은 ‘변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다. 모든 것은 극에 달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 만물 중 변하지 않는 것은 ‘만물은 변한다’는 것뿐이다. 

기쁨을 뒤집으면 슬픔이, 슬픔의 꼬리에 기쁨이 달려 있다. 세상만사 고정불변이 아니니 기죽을 일 없다. 주역은 ‘편안할 때 위기에 대비해라, 변화보다 불변을 두려워하라’고 가르친다.남동원의 『주역해의 1,2,3』 초판에 이은 개정판을 20년 넘게 발행 중인, 출판으로 대가(大家)를 이루며 인생 70을 넘긴 나남출판사 조상호 선생은 “나이 오십 줄에 이르면 주역을 한 번은 읽어야 한다. 주역 64괘마다 6개씩 따르는 384효(爻) 안에 인간과 우주의 섭리가 들어 있다. 세상살이 이치가 경험적 데이터로 축적돼 있는 것이다. 

이를 모르며 사는 것은 내비게이션 없이 대양을 항해하는 쪽배나 다름없다”고 한다.SNS를 통해 왕성한 독서가로 정평이 난 정철승 변호사는 “책을 제대로 읽으면 한 문장으로 핵심 메시지를 요약할 수 있다. 난해한 주역의 핵심은 인간의 운명을 비롯한 삼라만상은 끊임없이 변하는데 그 변화에 질서가 있다.(질서를 거스르면 끝이 나쁘게 풀린다)”고 한다. 그는 이제 갓 오십 줄에 접어들었다.

『주역해의 1,2,3』을 쓴 저자는 1920년생인데 일생을 역서(易書) 연구에 바쳤다. “주역의 심오한 이치를 터득하면 굳이 점을 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머리 밝은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왜 점을 치지 말라는 것일까요? 당장 답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노학자의 훈계가 시사하는 바가 깊고, 높다. 그가 제시하는 『주역해의 1,2,3』의 한 문장 메시지는 “심오한 역서의 지혜를 습득하여 일상생활에 활용하게 되면 필연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천화동인은 주역 64괘 중 13번 괘, 화천대유는 14번 괘다. 알악양선(.惡揚善)은 화천대유 괘인데 ‘악을 막고 선을 드날린다’는 뜻이다. 삼라만상은 변한다.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되기도 한다. 지금 한참 진행 중인 ‘드라마 화천대유’의 마지막 선이 누구고, 누가 악일지 자못 결과가 궁금하다. 필시 『주역해의』에 그 답이 들어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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