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예산·결산 심사권한, 시스템으로 보강하자

[박선춘의 여의도 빅데이터]

씨지 박선춘 대표 입력 : 2023.04.06 11:20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
400조원이 넘는 지방재정 규모
400조1036억원. 2022년 지방재정의 총계예산 규모다. 2021년 당초예산 총계 365조7136억원 대비 9.4% 증가한 규모다. 2018년과 비교하면 115.6조원이나 지방재정 규모가 증가했다.

자치단체 내 회계 간(일반회계↔특별회계) 내부거래 및 자치단체 간(시·도↔시·군·구) 외부거래의 중복 계상분을 공제한 순계예산 규모로는 288조3083억원이다. 2022년 지방정부의 예산 규모(순계 기준)가 중앙정부 총지출 예산 607.7조원 규모의 47.4% 수준이다.

시스템으로 재정 감독 권한 보강해야
“지방의회 예산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지방의회는 국회와 같은 전문적인 지원 시스템이 미비하다.” “국회가 운영 중인 예산결산분석시스템을 전국 지방의회에 도입해 예산결산 업무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박환희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이 국회예산정책처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언급한 말이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방 예산안의 심의 및 결산 승인권을 갖고 있다(지방자치법 제39조 제1항). 재정 감독 권한과 기능에서는 지방의회가 국회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재정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양태는 양자가 사뭇 다르다. 우선 예산안 심사기간이 국회는 120일인 데 반해, 광역 지방의회는 50일, 기초 지방의회는 40일에 불과하다. 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역량 면에서는 더욱 큰 차이가 있다. 의원 지원인력을 보면, 국회의원에게는 10명의 유급 보좌진이 지원되는데 지방의원에게는 단 1명도 지원되지 않는다. 그리고 국회사무처에는 각 상임위마다 적게는 15명 많게는 40여 명의 의회전문공무원이 배치돼 예산·결산 심사를 지원하고 있다. 더구나 재정전문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가 국회의 재정 감독 기능을 상시 지원하는 데 반해 지방의회에는 재정전문 지원기관조차 없다.

총계 기준 400조원, 순계 기준으로도 300조원에 가까운 방대한 지방 재정을 243개 지방의회는 40~50일 만에 보좌인력이나 전문 지원기관의 도움 없이 심의·확정해야 한다. 지방의회에 정상적인 재정 감독 권한의 행사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지방의회의 의지나 역량의 문제가 아닌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다.

시스템의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중요

지난해 대한민국 시도의회운영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는 각 시·도에 ‘예산·정책 업무지원시스템 도입’을 결의한 바 있다. 그리고 협의회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예·결산자료시스템 형태의 업무지원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락 울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의 지난 2월 12일 의회에서의 서면질의 내용에도 동일한 취지가 포함돼 있다. “예산은 기본적으로 3회계 연도에 걸쳐 편성, 집행, 결산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의원들은 해마다 예·결산 심의·분석을 위해 수천 페이지 분량의 책자 형태의 심의자료를 받아보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분량의 서류 및 한글파일을 받다 보니 예·결산 등 심의 분석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때문에 울산시도 국회예산정책처 ‘예·결산자료 시스템’처럼 예·결산 자료를 사업과 연도별로 연계해 DB화를 시킨 예·결산 분석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협의회와 정 위원장의 주장처럼 지방의회의 재정 감독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결산 분석시스템이든 예산·정책 업무지원시스템이든 명칭과 관계없이 지원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고려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시스템 구축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243개 각 지방의회에 예산결산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각 지방의회별로 구축돼서는 곤란한 이유다.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디브레인(d-Brain)의 경우 2007년에 개통한 이래 2019년부터 약 1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 차세대 디브레인을 개통했다. 지방의회별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이유다.

둘째, 시스템의 벤치마킹 대상에 문제가 있다. 협의회 등이 언급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예·결산자료 시스템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사업 설명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예산, 결산 분석이나 심의에 활용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셋째, 예산, 결산 분석이나 심의에 필요한 기능이 제공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더 나아가 집행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 자금관리,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 회계결산을 수행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

의회의 재정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다. 따라서 예산결산을 지원하는 시스템 역시 지방의회가 재정 감독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디브레인에 버금가는 지방재정시스템을 구축해 각 지방의회가 공동으로 사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