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본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박선춘의 여의도 빅데이터]

씨지인사이드 박선춘 대표 입력 : 2023.06.02 09:45
▲박선춘 씨지인사이드 대표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이 의결됐다. 우리 헌법은 제헌헌법에서 현행에 이르기까지 의원내각제였던 제2공화국 시절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제도는 미국의 대통령제에서 유래했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을 인정한 이유는 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의회의 부당한 입법권 행사를 저지·억제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도 인정하면서 동시에 법률안 거부권제도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보았다.

거부권 행사 통계 및 미국 사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에 사례를 포함할 경우 총 74차례의 법률안 거부권이 행사됐다. 이승만 대통령이 전체의 58.1%인 43차례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임기 내내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지지해준 한민당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등 4명이다.

거부권이 행사된 74건의 법률안에 대해 전체의 43.2%인 32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에서 된 법률안은 8건이다. 국회에서 재의결된 32건의 법률안 중 28건이 이승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이다. 국회에서 재의결된 나머지 4건은 윤보선 대통령 3건, 노무현 대통령 1건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 18건 중 국회에서 재의결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대통령제 국가의 원형으로 꼽히는 미국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까지 총 2,585차례 거부권이 행사되었다.1) 총 46인의 대통령 중에서 거부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은 7명이다. 대통령 거부권이 연방의회에서 무효화 즉, 법률로 확정된 비율은 미국 전체 역사를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4.3%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1년 이후로 한정해서 보면 연방의회에서 다시 법률로 확정된 경우는 17.1%로 크게 증가한다.

거부권 행사의 정치적 환경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집권여당이 원내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행사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재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의석은 115석으로 전체의 38.3%를 차지하고 있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8석으로 과반을 넘는 58%를 차지하고 있다. 1987년 이후로 한정해서 보면,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의석비율이 51.3%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에 대해 2차례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전체 의석비율은 각각 53.6%, 52.9%였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가 집권여당의 의석비율이 소수를 차지할 경우에만 행사된 것은 아니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가 감소하는 추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양국의 차이점도 두드러진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는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지는 반면, 미국은 그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삼권분립의 원칙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유지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입법권력의 전횡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법률안 제출권을 갖고 있는 행정부(대통령)가 법률안 거부권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신중하게 행사될 필요가 있다.

▲5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출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최종 부결됐다./사진=뉴스1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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