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나이' 올리는 지자체…"청년정책 본질 훼손" 의견도

[조례로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3.06.13 14:35
편집자주조례는 그 지역의 법이다. 주민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수 생활 정책들이 조례안 형태로 만들어져 시행된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주민이 발의할 수 있는 조례는 지방자치의 핵심 기능이다. 잘 만들어진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우리 지역 조례는 지역과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코너를 통해 알아본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숲속무대(다볕당)에서 ‘청년 지역의 바람이 되다’ 주제로 열린 '22년 청년마을 합동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행안부 제공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만들어 '청년 나이' 기준을 올리고 있다. 지자체마다 '청년 인구'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2020년 8월에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은 19세 이상 ~ 34세 이하인 사람을 정의한다. 다만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청년의 기준을 조례로 만들어 다르게 정할 수 있다. 적게는 34세까지, 많게는 49세까지 '청년'으로 분류한다. 법제처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9세 이상부터 39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하는 지자체는 △서울 △인천 △대구 △광주 △충북 △충남 △경북 △제주다. △경기 △울산 △세종 △경남은 '19세 이상 34세 이하'를, 부산은 '18세 이상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본다. △대전과 △강원 △전북 △전남은 '18세 이상부터 39세 이하'를 청년으로 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최소 54곳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지자체 243곳 중 청년 나이를 △18·19∼39세로 정한 곳은 121곳 △18·19∼34세로 정한 곳은 46곳 △18·19∼49세로 정한 곳은 25곳 △18·19∼45세로 정한 곳은 22곳 등이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전남 고흥, 전북 장수, 경북 봉화·예천, 경남 창녕·합천, 충북 괴산 등은 청년 기준을 49세로 지정했다. 이다. 충북 보은·경남 남해 등은 45세까지 청년으로 본다.

인구감소지역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 조례로 청년의 나이 기준을 상향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4월 서울시 도봉구는 도봉구 청년 기본 조례를 개정, 청년연령을 '19세 이상 39세 이하'에서 '19세 이상 45세 이하'로 상향했다. 서울에서 40대를 청년으로 정의한 첫 사례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5월 충북 괴산군 소재 숲속 작은 책방에서 청년마을 관계자 및 영농 유튜버 등과 지방소멸대응 정책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행안부 제공
◇청년인구 유출 막기 위해 안간힘…"인구 감소 대응 차원"

전국적으로 청년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의 기준인 19-34세 인구는 2011년 1142만 3000여명에서 2020년 1050만 4000여명으로 91만 8000여명이 감소했다.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해지자 청년의 기준도 바뀌는 것이다. 

특히 청년 정책을 실행할 때 인구가 적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경남 창녕군의 경우 지난해 청년 기준을 19∼39세로 적용해 청년 지원사업을 추진했으나 청년 인구가 9213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군은 지난해 말 조례를 개정해 청년 기준을 49세까지 높여 청년 사업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1만9054명으로 늘렸다. 충남 청양군도 2017년 청년지원 조례 제정 당시 청년을 18∼34세로 정의했지만 이듬해 45세까지 높여 대상자를 2800명에서 6000명으로 늘렸다. 서울 도봉구도 청년 나이를 45세까지 상향해 청년 수는 약 8만여명에서 약 10만여명으로 늘어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구 소멸지역은 특히 청년 인구가 많이 빠지고 있어 관련 정책이 중요하다"며 "연령이 낮으면 그만큼 혜택을 보는 사람이 적다. 각 지자체가 연령을 높여서라도 청년 인구 유출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의 지자체는 청년 정책을 펼쳐 적극적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있다. 전남 고흥에선 49세 이하 청년이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최대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고흥의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달 말 현재 6만1542명이다. 60대 이상이 55.3%를 차지한다. 

경북도는 도내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면접 준비부터 장기 근무'까지 단계별로 지원한다.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나이(만 19~39세)와 거주지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 경북 봉화는 지역에 이사 온 19~49세 청년 전입자에게는 월 10만원씩 최대 3년간 주택 임차료를 지원한다. 

경남도는 무주택 청년가구의 주거비 부담완화를 위해 총 16억원(도비 8억원, 시·군비 8억원)을 투입해 '2023년 경상남도 청년 월세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만 19세에서 39세 이하의 무주택 청년에게 생애 1회에 한해 10개월간 월 최대 15만원의 월세를 지원한다. 지원대상은 기준중위소득 60% 초과 150% 이하에 해당하고, 월세 60만원 이하 또는 임차보증금 1억원 이하 주택에 거주하는 청년이다. 남해군은 청년으로 인정되는 19세~45세 군민에게 월세 지원, 도서지원비 지원, 지역정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22 청년의날 청년정책 박람회가 열린 지난해 9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참가자들이 청년 토크쇼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애매모호 ‘청년’ 기준…"대상자 늘어날수록 취지와 안 맞아"

전북 장수군에서 아버지와 아들뻘 나이인 49세와 15세가 조례상 동일한 '청년'이다. 다양한 청년지원 혜택 대상자가 늘면서 애초 청년으로 규정했던 세대가 자칫 소외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청년 나이를 늘려 예산이 늘어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49세까지 청년이라고 보는 지자체도 있는데, 이들을 사실상 청년으로 보기 어렵다"며 "연령을 늘려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본래 정책 목표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기 공동대표는 "청년정책은 다른 복지정책 보다 지원조건이나 자산·소득기준 등 참여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며 "연령을 높여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은 정작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고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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