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환자 두고 집단 사직···정부, 이번엔 단호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4.03.04 08:51

이른바 '엘리트'가 이끌어가는 사회를 오래 연구한 독일 사회학자 미하엘 하르트만은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이나 특별한 성과를 이룬 사람을 엘리트로 정의합니다.

그가 쓴 '엘리트 제국의 종말'을 읽다 보면 "재정의 흐름과 관련된 거래, 즉 돈이 흘러가는 곳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계층'을 엘리트로 명명한 부분에서 시선이 멈춥니다.

돈과 엘리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고 설명한 그는 "높은 수준의 복지 시스템과 안정적인 민주주의·지방분권이 이뤄진 독일에서도 엘리트라 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부유한 가정 출신"이라고 밝힙니다.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그들 사이의 막강한 인맥과 배경, 우월한 교육 환경을 통해 엘리트 자리를 세습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 그의 통찰이, 지금의 한국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해집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의사단체와 TV토론에서 처음 얼굴을 맞댄 정부측 관계자는 "의사단체의 엘리트 지위와 특권의식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사들의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은 뿌리 깊습니다. 2020년 의사 파업 때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면서 ‘전교 1등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홍보물이 논란을 빚자 사과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정부의 면허정지 경고를 ‘의사에 대한 도전’이라며 ‘처벌하면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합니다. 의사들의 이러한 선민의식은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킵니다.

정부가 이번 만큼은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에 대해 반드시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많은 저항과 불편이 수반될 수 있는 고틍스러운 결정이지만 의료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길입니다.

미하엘 하르트만은 소수의 세력이 지배하는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포괄적이면서 '열린 엘리트 사회'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 존경할 수 있는 '엘리트 의사'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 환자들을 떠난 의사들은 다시 생각해보기를 기대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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