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선 소설가]다문화 자녀 아닌 ‘우리 아이들’

‘먹거리 위화감’ 없게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 필요

편승민 기자입력 : 2016.09.07 16:17
편집자주더리더는 새로운 글로벌 한국 시대를 맞아 다문화사회를 보고 들어볼 수 있는 <뉴코리아, 다문화 행복찾기>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다. 이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다문화사회의 현실을 조명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발걸음을 떼고자 한다.

‘뉴코리아, 다문화 행복찾기’ 다섯번째 주인공은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설로 엮은 ‘남녀칠세부동석’의 이해선 소설가다. 그는 실제로 경남 진주 아이랜드 어린이집의 원장이기도 하다.
1990년대 초, 한국정부는 농촌 성비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결혼’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보다 지방의 다문화가정 비율이 월등히 높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가족 이야기도 그의 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에게 아이들은 다 같은 아이들일 뿐이다. 다문화 자녀들에 관해 묻자 그는 “어린이집 내에서 함께 지내는 아이들끼리는 똑같은 친구로 인식한다. 그들끼리는 편견도 차별도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그는 아이들이 ‘미래’이기에 앞으로도 문제를 드러내고 알려서 아이들이 피해보지 않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을 모티브로 한 소설 ‘남녀칠세부동석’을 썼다.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우리는 보통 새벽 6시에 출근한다. 어린이집에 일찍 오는 아이들은 7시부터 온다. 하루 중 아이들과 함께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기에 항상 아이들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장들 중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도 많고, 교사들도 자기 입장부터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아이들은 미래다. 그런 마음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 구상은 많이 해놓았는데 첫 단편을 쓰기 시작했던 건 3년 전쯤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린이집 내 다문화가정의 아동비율은
▶전체 아이들 중 다문화가정 아동은 14% 정도 차지한다. 아무래도 지방이 서울보다 비율이 높다. 원래 비율이 더 높았는 데 졸업한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낮아진 것이다.

소설 속에 비춰지는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화차이다. 이런 환경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5~7세 아동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나
▶그렇다. 엄마와 아빠가 문화차이로 겪는 갈등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온다. 어린이집 원장의 입장에서 좀 말하고 싶은 점은 결혼을 통해 한국에 이주해오는 외국인 엄마가 한국에 오기 전 먼저 정서적인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 몇 마디만 배우고 한국의 공중도덕이나 가정 내에서의 도덕을 알지 못하니까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결혼 당사자만이 아니라 가족까지 모두 한국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 한 예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다문화가정의 아이는 한국 아빠와 필리핀 출신 엄마와 살고 있다. 그 집은 외갓집 식구들이 한국에 와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 집 식구들은 아무데나 눕고, 한방에서 같이 지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은 방이 없어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자는 문화인데 그냥 누우면 아침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화갈등은 식사시간에도 일어난다고 한다. 먹는 음식 자체가 달라서 우선 문제가 되는데 밥상머리 문화에도 온도 차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소 입맛에 안 맞아도 맞추려 노력하는데 이 나라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뱉어내듯 하고 다시 그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그럼 중간에서 아이들만 곤란해진다. 할머니가 있는 집은 된장찌개를 먹일 텐데 된장찌개를 싫어하는 외국결혼이주여성들도 있다. 그걸 먹지 않고 싫은 내색을 하면서 쏟아버린 후 다시 해먹는 식으로 배려를 잘 안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아이들만 중간에서 밥도 잘 먹지 못하고 곤란해지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아이의 집에서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우리 아이 밥 먹었나”다.



다문화 행복찾기 첫번째 인터뷰에서 결혼이민자가 호소한 자녀교육의 어려움은 어린이집 내 또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언어능력이었다. 현장에서 보는 실태는
▶처음 말문이 트이는 3살 정도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또래보다 조금 늦는 경우가 있다. 엄마의 친정 쪽 가족들이 한국에 와있지 않은 경우에는 꽤 빨리 배운다. 그러나 친정 가족들이 와있으면 그들끼리 외국어로 이야기하고 아빠 혼자 한국말을 하니까 느리다.
하지만 5살 정도 되면 다른 또래들과 비슷하고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필리핀 엄마를 둔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서 영어방송을 틀어놓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의 영어발음이 좋다.

단편 ‘하얀 숯가루’에서는 다문화가족 구성원 내의 갈등 해결과정이 잘 그려졌다. 결혼은 양가의 결합이기에 어느 다문화가정이든 겪는 갈등이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선 결혼은 의식이 있는 성인남녀 두 사람이 만나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혼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자리를 잡고 자녀들이 중고등학생이 돼 정체성이 확립될 때까지는 그렇게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민자의 가족이 다 따라 들어오면 적응기간이나 갈등을 조정하는 기간이 더 늘어나므로 좋지 않다.



정부가 지원하는 자녀보육정책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가정을 꼬집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다문화가정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다문화가정에 대해 딱히 정부가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는 않는다. 지방의 경우 일자리를 지원하기도 한다.
큰 수입은 아니지만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업무다. 다문화가정은 90% 이상이 맞벌이를 한다. 진주지역은 3D업종에 많이 종사한다.
문제는 2명 다 일을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은 자기가 번 수입의 100%를 본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맞벌이를 하면 반반씩 생활비를 내거나 해야 하는데 자신이 번 돈은 고향으로 다 보내고 남편 수입으로 살림하려고 하니 갈등이 생긴다. 돈의 액수나 비율을 제한하기는 힘들겠지만 국가가 세금 형태로 이를 제어해주면 좋겠다.

다문화 자녀가 20만명을 넘어섰다. 다문화 자녀교육의 안정화를 위해 지금 필요한 보육정책 혹은 프로그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가 다문화와 관련한 보육정책을 새로 세울 경우 언어교육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언어교육보다는 다른 것이 더 시급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장 큰 문제는 먹거리 차이다. 어린이집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현장학습을 나가는데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엄마가 한국음식을 요리하지 못하니까 김밥을 싸오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은 위화감을 느낀다. 만약 정부가 다문화 자녀를 위해 뭔가 정책을 펼친다면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내 아이를 위한 음식 만들기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겠다. 엄마들이 아이를 위한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최소한 김밥 정도는 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다문화 소설을 더 쓸 계획인가. 이런 소설을 쓰는 까닭은
▶내년 연말쯤 생각하고 있다. 평론가들이 ‘하얀 숯가루’를 장편으로 하라고 말하는데 시간적으로 부족해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소설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서다. 내가 어린이집을 하기 전에도 아동교육을 전공해서 기본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걸 많이 알았지만, 아이들을 보면 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일단 소설을 통해서 드러내고 지금의 소설 속 문제들과 같은 일이 또 다시 발생해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바라건대 ‘다문화 자녀’라고 칭하기보다는 그저 ‘우리 아이들’이라고 표현했으면 좋겠다.

이해선 소설가
–– 1992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단편 <실험일지> 당선으로 등단
––중앙대 대학원 졸업
––경남과학기술대 겸임교수 역임
––한국문인협회 의왕시지부 부지부장 역임
––現 경남 진주 아이랜드 어린이집 원장
–– 2016년 3월, 단편집 <남녀칠세부동석> 저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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