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 “밭에서도 인문학 캠프는 가능”

모든 농촌에 인문학이 일상화되는 공간 만들어야

가현정 객원기자입력 : 2017.07.31 15:35
편집자주1차산업의 대표격인 농업이 6차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명옥헌인문학캠프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아홉 번째 주인공은 대한민국 독서문화를 진흥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이다. 서울에서 담양까지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독서예찬 회원들을 모아 가현정 작가의 글 꽃밭, 명옥헌원림으로 왔다.
“맛있는 블루베리를 먹으며 즐겁게 공부하는 인문학캠프, 가현정 작가의 글 꽃밭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큰 키와 체격을 가지신 김을호 회장의 첫인상은 독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책상에만 앉아있을 것 같지 않은 모습,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심지어 ‘책 읽는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걸 정도인 우리나라, 그럼에도 독서 인구 비율은 전 세계 꼴찌 수준에 맴돈다.
어쩌면 독서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측면에서 형성되어, 책상물림만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 편견을 확실하게 깨뜨려주는 멋진 분, 김을호 교수를 명옥헌 초대석 주인공으로 꼭 초대하고 싶었다. 사실은 매년 이맘 때 전국의 독서예찬 회원들과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인 김을호 교수와 함께 ‘맛있는 블루베리 인문학 캠프’를 진행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국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김을호 교수를 만나는 일은 1년 전부터 일정을 미리 잡아야할 정도로 어렵다.

김을호 회장 소개
전남 장성 출생. 서울에서 성장했지만 마음은 항상 어린 시절 지내온 시골 마을에 머물러있다. 벽촌도 마다 않고 전국을 누비는 독서활동가(서평교육, 청소년ㆍ학부모ㆍ병영 독서 코칭 전문가)로 활동하는 김을호 회장은 독서에도 열정과 끈기, 목표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며 ‘讀萬券書(독만권서), 行萬理路(행만리로), 交萬人友(교만인우)’를 실천한다. 대학원에서 학습코칭 전공 주임교수로 재직하였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책 읽는 우수가족 10만 세대 선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으로 독서문화 진흥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대표 저서로는 아빠를 위한 인문학『아빠행복수업』과 독서와 공부를 한 번에 잡는 법을 알려주는『독공법 』등이 있다. 연 200회 이상의 강연을 전국으로 다니는 김을호 회장의 일상은 독서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활동이 의미 깊은 이유는 독서취약 계층, 독서 빈곤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그 어느 곳이라도 독서활동을 위해서라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김을호 회장이 이번에는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에 앉았다.

대한민국 인문학 열풍, 진단
“인문학 캠프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갑작스레 불어온 인문학 열풍에 대한 부정적인 시간과 편견 등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물리쳐야 한다.
인문학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한 기초이자 필수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너무나 소홀했기 때문에 눌려왔던 인문학 열망이 터져 나왔음을 알아야 한다. 인문학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 때 까지는 인문학에 대하여 더 이상 ‘열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인문학을 일상에서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선진국처럼 되려면 앞으로도 한참동안 인문학 열풍이 불어야 할지도 모른다. 바쁘게 살아야 유능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오늘날, 여유를 상실한지 오래다.
여유와 한가함은 오히려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무능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안절부절 못한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가운데서 도리어 안정감을 얻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사실에 더 이상 놀라지 않은 지 오래다. 심지어 바빠야 사람 사는 것 같다 여기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론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에 바쁘게 지내는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에 몰입하거나 일이 바쁜 상황에 놓이면 힘든 고민도 잊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바쁨이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함이 밀려올 때 결국 고통스러운 일들이 이전보다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블루베리수확중인 김을호교수님

가현정 작가의 글 꽃밭에서 인문학 강연을 하다
“오직 독서와 배움을 목적으로 지어진 명옥헌원림은 ‘가현정 작가의 글 꽃밭’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현정 작가가 농사짓는 단감과 블루베리 밭 옆 명옥헌원림을 또 하나의 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 들었다.
여름이면 배롱꽃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신하는 모습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글이 꽃처럼 피어나기 때문에 그야말로 ‘글 꽃밭’이라 말할 수 있다. 명옥헌원림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글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 돗자리 하나 펴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에도 참 좋은 공간이다. 입장료를 받지 않고, 상업적인 시설도 전혀 없이 사람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편안하게 느껴진다. 전국에서 해외에서, 명옥헌원림을 찾아와주는 많은 분들이 그저 아름다운 공간만 보고 가는 것이 참 아쉬웠다. 그저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참 안타깝다.”

무료 강연을 하기까지
“명옥헌원림을 창건하신 명곡 오희도 선생님의 16대 손부로서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가현정 작가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단순한 친분으로는 불가능한 무료 강연에 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조상님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그저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해야한다. 문화재청은 그저 유지 보수에만 신경을 쓰고, 문화유산을 찾아오는 사람도 관람만 하고 가는 것에서 한 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문화유산을 창건할 때 의도한 조상들의 뜻을 잘 기려야 한다. 그저 시설물 관리와 환경유지보호에만 힘쓴다면 하늘에서 굽어보실 조상님들이 크게 실망하시지 않을까요?’라며 당차게 말하는 가현정 작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명문가 후손답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가 작가를 보면서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 싶었다. 게다가 청년이 돌아오는 생명의 땅, 전남은 제 고향이기도 하다.”
▲자연속에서배우는어린이

진짜 배움은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
“자연 속에서 땀 흘리며 수확하는 기쁨과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실 권리가 있다는 가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연 속에서 땀 흘리며 배우는 것이 진짜라는 철학을 가지고 ‘가현정 작가의 글 꽃밭 인문학 캠프’를 진행하는 모습이 정말 좋다. 해마다 블루베리 수확을 하는 때에 맞춰 수확의 기쁨도 나누고 인문학 무료 특강을 통해 배움의 즐거움도 나눌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인문학 캠프다. 전국에 계신 독서예찬 회원들에게도 사랑과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5년에 대한민국 독서문화를 진흥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면서 독서 환경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남 장성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여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 까지 언제나 책이 있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문학이 주는 좋은 열매를 맛본 대표 모델이기에 책임감이 정말 크고, 때론 부담감에 밤잠을 못 이룰 때도 있다. 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는 데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주는 수단임은 분명하기에 오늘도 책을 읽고 배움을 나누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되는 한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책과 사람과 함께 하려 한다. 전남 장성 고향마을을 등지고 도시 빈민의 가정에서 성장하였기에 배움의 기회를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대신 꾸준히 읽어온 책들을 통해 쌓아온 지혜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책 속에서 가장 귀한 명품 보석을 얻었다고 하는 가 작가의 말이 무엇인지 잘 아는 이유다.”

농촌에서 인문학 캠프를 여는 담양 후산농원과의 인연
“인문학 공동체였던 후산마을을 복원하고자 평생을 헌신하신 할아버지의 뜻을 잇기 위해 담양 후산농원을 단순한 농사 체험학습장이 아닌 인문학 배움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담양 후산농원 오병철 대표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멋진 청년들이 농촌에 더 많아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 대표의 조부인 명곡 오희도 선생의 14대 종손 고 오만종 옹의 뜻을 잘 받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효자이자 충신으로 유명했던 명곡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현정 작가와 오병철 대표 부부를 만나서 명옥헌에 올라 탁 트인 공간에 앉으니 맺힌 것이 없어지고 뻥 뚫리는 기분이 참 시원하다.
연못의 둔덕에서 바라보는 무등산의 산등성이가 아름답고 서산으로 지는 노을이 아름답고, 가을이면 사각거리는 낙엽 소리, 겨울이면 눈 쌓인 연못이 황홀경을 선사하기로 유명하다 들었다. 유일하게 명옥헌원림이 초라해지는 철은 봄인데, 감의 주산지로 유명한 후산마을의 감나무가 터뜨리는 미색의 꽃망울과 연초록 잎사귀는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하는 신선함을 선물한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공간에 딱 어울리는 것이 독서라고 생각한 것은 제가 독서활동가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편안하게 쉬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책 한 권 들고 명옥헌 정자로 올라오는 분들이 많거든요. 도심 한 복판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인문학 향기 속에서 편안한 쉼을 얻고자 하는 분들이 많음을 보았다.”

청년이 돌아오는 생명의 땅, 농촌을 위한 미래 비전
“마치 책 속 여행을 떠나듯, 전국 여러 곳에서 블루베리 밭으로 와 주신 독서예찬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가 작가의 활기찬 모습은 언제 보아도 긍정 에너지가 전달된다. 우리 독서예찬 회원들 모두가 블루베리를 따는 모습에서 마치 책을 읽으며 지혜를 따 먹듯 진지한 눈빛과 태도를 보여 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 진지하고 성실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듯해서 참 흐뭇했다. 책을 가까이하는 일상이 시골 농촌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임을 서울에서 담양으로 귀농한 후, 농부가 된 뒤에야 알게 되었다는 가 작가의 말에 가슴이 아프다. ‘농촌을 떠나는 젊은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교육과 문화를 위한 환경에 투자해야 한다. 재정적인 보조만으로는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만들 수 없다. 진정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에 투자해야한다. 아이를 낳으면 주는 보조금, 출산장려금으로는 결코 젊은 사람들을 붙잡아 둘 수 없다. 출산장려금만 받고 결국 아이의 교육을 위해선 도시로 나가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전남에, 아니 대한민국 모든 농촌에 인문학이 일상화 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건물이나 시설을 세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농사짓는 공간, 밭 한 가운데서도 가능한 인문학 캠프가 대한민국 모든 농촌, 시골마을에서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나서주었으면 한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좋은 사람만 있으면 된다. 도서출판 가현정북스의 설립 이념대로, 최고의 양서는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국민독서문화진흥회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더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 가을 단감 수확 때에도 무료 인문학 강연을 약속하겠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김을호 회장의 뒷모습을 보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씀이 진리임을 경험했다. 최고의 양서, 좋은 사람 김을호 회장님의 명옥헌 초대석 인터뷰를 통해 청년이 돌아오는 생명의 땅, 농촌을 위한 미래 비전을 더 높고 푸르게 그려볼 수 있었다. 바쁘신 가운데 서울에서 전남 담양까지 오셔서 인문학 강연을 해주고,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인터뷰에 응한 김을호 회장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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