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어다오”…실종아동의 날, 아직도 빈자리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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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동욱 기자

“정순이가 돌아올까 이사도 못가고 전화번호도 못 바꾸며 기다린 세월이 23년 입니다. 죽기 전에 우리 딸 생사 한번 확인하는게 소원입니다”

박정순씨(34·실종당시 13세)는 1993년 1월 28일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선행학습을 하는 등 진학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순씨의 아버지 박찬대(63)씨는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정순이가 상기된채 중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으러 다녀온다며 문밖을 나간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실종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설명했다.

박씨는 “같이 나간 친구들은 모두 돌아왔는데 우리 아이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뒤 소식을 간절히 기다린 세월이 벌써 23년이다”고 흐느꼈다.

시간이 흘러도 아무 소식이 없자 경찰의 수사마저 믿지 못한 박씨는 전국을 돌며 정순씨의 행방을 좇았지만 돌아온 것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라는 위로뿐이었다. 박씨는 “어디 있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길 바란다”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인 25일 현재 대전지역 실종아동 중 일부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8세 미만 아동에 대한 실종신고는 2940건이며, 이중 14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실종아동을 찾는 부모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실종 장기화로 인해 수년~수십년의 시간이 지난 아동의 모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실종아동 몽타주 사업’을 통해 성인이 됐을 아동의 모습을 예측한 몽타주를 장기실종아동 부모들에게 제작·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실종아동찾기협회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예측몽타주의 정확도를 위해 법의학 전문가, 편집전문가 등 전문인력이 총동원된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실종 당시 사진만을 토대로 제작해 정확도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및 CCTV의 보급화로 실종아동 발생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경찰의 대처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장기실종아동으로 분류돼도 해당 사건을 전담하는 전담팀 운영은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지문 사전등록제를 위한 아동의 지문을 등록하는 모습(대전유성경찰서 제공) © News1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장기실종자에 대한 관리 및 실종업무에 대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역 내 사례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수사 진행사항에 대한 단계별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또 실종아동 발생을 대비, 아동의 지문과 DNA 등의 정보를 경찰에 미리 등록하는 ‘어린이지문 사전등록제’를 시행해 장기실종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아동의 신속한 발견을 위한 사전정보가 곧 장기실종을 막는 방법”이라며 “사전등록 제도를 통해 많은 아이들의 정보가 확보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적극 참여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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