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리스털의 저서 《글로벌 언어로서의 영어(English as a Global Language)》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숫자는 원어민보다 비원어민이 3배 정도가 많다고 한다. 즉,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사람보다 불완전한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를 사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콩글리시, 중국에선 칭글리시, 프랑스에선 프랑그레라고 불리는 영어다.(<글로벌 언어로 자리잡은 ‘엉터리 영어’>, 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
이렇게 원어민보다 비원어민들이 3배나 많고 그들이 ‘엉터리 영어’를 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인은 ‘엉터리 영어’를 부담스러워하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영어 사교육에 10조 원 이상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원어민을 만나면 말을 더듬거나 입을 다무는 말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인의 영어 완벽증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나는 이것이 문법 위주의 영어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문법이라는 용어는 영어로는 grammar인데 한국어로는 ‘문법’이라고 번역되면서 ‘법’이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일본에서 들어온 용어일 것으로 짐작된다. ‘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어 수업시간에 다양한 문법을 배우고 또 이런 것들을 시험 문제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모두가 문법 교육에 세뇌가 되다보니 한국어 문법은 틀려도 별것 아닌 거로 생각하고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영어 문법은 원어민 보다 더 많이 알고 틀리면 큰일 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 수능 문제를 한국에 사는 원어민에게 보여줬더니 이렇게 어려운 것을 한국 고등학생들이 배우냐면서 원어민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 현실이다. 정작 필요한 영어 듣기 말하기는 잘 못하면서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영어 중 말하기는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엉터리 영어’를 과감하게 구사하면 된다. 그런데 듣기는 ‘엉터리 영어’로는 어려움이 있다. 듣기는 하버드대학 보다 더 들어가기 힘들다는 화상 영어로 진행되는 ‘미네르바 스쿨’이나 미국의 유명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MOOC 강좌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 필요하다. 모국어의 경우 듣기:말하기 비율이 5:1이라고 하듯이 영어 듣기도 ‘엉터리 영어’ 말하기의 5배 이상의 실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영어는 한국인에게는 듣기 어려운 발음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눈으로는 아는 영어를 듣기로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점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 세계 동시통역사들의 훈련법인 쉐도잉(shadowing)을 소개한다. 낭독이 영어 공부에 아주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많이 있는데 쉐도잉은 낭독 보다 한 수 높은 방법이다.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연습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을 동시에 향상 시켜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