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폐지 수순 밟나…"인권 퇴행" 반발도

[지방의회NOW]인권위 제고 요청에도 일부 시·도의회 폐지 논의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3.12.07 14:06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를 비롯한 교사들이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권보호 대책 마련 촉구 및 교권침해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정하는 움직임이 일선의 시·도 의회를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충남도의회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회부됐고, 서울시의회는 오는 18일 교육위원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심의키로 했다. 경기도의회는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전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곳은 서울·경기·인천·충남·전북·제주·광주 등 7곳이다.

7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소속 서성란 의원(국민의힘·의왕2)은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서 의원은 개정 이유로 "상위법령의 근거 없이 제정된 조례로 법률 또는 상위법령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해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고, 교육기본법에 상충되는 규정들로 인해 교육과 윤리의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제정한 뒤 서울 등 7개 교육청에서 시행해왔다. 조례에 성별·종교·가족 형태·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자유로울 권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5일 오후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 표결에 부쳤다. 재석 의원 7명 가운데 찬성 4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원안대로 가결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폐지 여부가 가려진다. 전체 도의원 47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35명으로, 폐지안 가결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회도 오는 18일 교육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키로 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75석, 민주당이 35석이다. 원내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민주당도 예결위원장 자리를 받으면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임위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조례 폐지안이 상정될 경우 통과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17일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을 넣은 전북특별자치도 학생인권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학생의 책임과 의무' 조항을 신설한 개정안은 '학생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습자로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존중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인권 퇴행"…시민사회 반발


의회 기류와 무관하게 시민단체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퇴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등 26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인권 퇴행"이라며 "폐지안 수리·발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 및 발의에 대한 무효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고,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의회에도 상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다시 한번 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인권위는 지난 6월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학생인권 조례를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학생인권 조례 폐지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의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고 학생 인권 침해 구제에 공백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의 입법 취지는 아동·청소년이 권리의 주체임을 확인하고 학교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추구하는 학생인권 보호와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교권보장은 대립의 관계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를 대신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각 교육청에 안내했다. 기존의 학생인권조례가 주로 학생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명시돼 있다면, 교육부가 새로 안내한 조례 예시안에는 학생·교사·보호자(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이 모두 담겨 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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