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8일 부산시가 시청 내 국제회의장에서 ‘음식점 외국어메뉴판 지원사업’ 관련 홍보대사 위촉식과 완료보고회를 열었다./사진제공=부산광역시 |
시는 외국인 관광객의 외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6월 다국어 메뉴판 제작 플랫폼 ‘부산올랭’을 선보였다. 외국인 손님이 메뉴를 쉽게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돕고, 점주의 번역·관리 부담도 덜어주는 사업이다.
기존의 종이 메뉴판 지원 방식은 예산 부담이 컸다. 시가 2023년 시내 일반음식점 4만4000여 곳에 종이 영어메뉴판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추산한 결과, 약 178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메뉴와 가격이 수시로 바뀌는 외식업의 특성도 고려해야 했다. 메뉴판을 한 번 제작해주는 것만으로는 달라진 정보를 계속 반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점주가 필요할 때마다 메뉴와 가격을 수정하고 번역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메뉴판 사진 올리면 7개 언어로…제작부터 수정까지 지원
| ▲시에서 제작한 '부산올랭' 메뉴판 제작 가이드/사진제공=부산광역시 |
대상은 부산의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이다. 영업신고증을 보유하고 정상 영업 중인 업소라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가맹점이 1000개 이상인 대형 프랜차이즈, 최근 1년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은 음식점은 제외된다. 최근 3년간 국가나 다른 지자체에서 같은 유형의 큐알코드 외국어메뉴판 지원을 받은 업소도 대상에서 빠진다.
점주는 홈페이지에 가입해 메뉴를 입력하거나 기존 메뉴판 사진을 올리면 된다. 이를 인공지능(AI)으로 번역하고 전문 번역가가 검수해 음식점 전용 큐알코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원 언어는 △영어 △중국어 간체·번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7개 언어다.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국적·이용 비중을 고려해 선정했다. 음식점이 테이블이나 출입구에 큐알코드를 비치하면 손님은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메뉴를 볼 수 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회원가입을 할 필요도 없다.
돼지국밥이나 밀면처럼 외국인에게 낯선 음식에는 설명을 덧붙일 수 있다. 점주가 재료와 조리법, 음식의 특징을 적으면 이 내용도 번역과 검수를 거쳐 함께 제공된다. 한글 메뉴명을 병기하고, 수육을 한글 발음대로 옮기는 대신 삶은 돼지고기라는 뜻으로 풀어 설명하는 식이다.
메뉴와 가격이 바뀌면 점주가 직접 수정할 수 있고, 잘못된 번역은 ‘외국어 메뉴 오역신고센터’를 통해 바로잡는다. 한 번 제작한 뒤 끝나는 지원이 아니라 음식점 운영 과정에서 계속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2793곳 참여한 부산올랭, 부산페이·비짓부산과 연계
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부산올랭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6월 외국인 전용 지역화폐 ‘부산페이’, 부산관광공사의 관광포털 ‘비짓부산’과 서비스를 연계했다. 관광정보를 찾거나 결제수단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음식점의 다국어 메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부산올랭 참여 업소는 2793곳이다. 큐알코드를 통한 메뉴판 이용도 늘고 있다. 올해 1월 2만5817건이던 이용 건수는 5월 4만7701건, 8월 6만7896건을 기록했다. 1월과 비교하면 약 2.6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용 업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시의 실태조사에서는 ‘외국인 방문 시 큐알코드로 주문이 훨씬 편해졌다’는 의견이 확인됐다. 특히 관광지 소재 음식점들은 여러 국적의 손님을 응대할 수 있고, 메뉴나 가격이 바뀌면 바로 수정할 수 있어 관리 부담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가입했어도 쓰지 못하는 업소에는 직접 방문해서 도와
| ▲부산올랭 QR코드 안내판이 부산역 내 한 매장에 실제로 배치된 모습/사진제공=부산광역시 |
이에 시는 공무원과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 등이 음식점을 방문해 가입과 메뉴 등록, 큐알코드 출력을 일대일로 돕고 있다. 현장에서 큐알코드를 출력할 수 있도록 라벨프린터 30대도 보급했다. 전화·온라인 상담 창구인 헬프데스크를 마련해 이용 중 생기는 어려움에 대응하고 있다.
메뉴 등록·수정 절차가 복잡하고 번역 정확도가 아쉽다는 의견도 개선 과제에 반영했다. 시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령층의 점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관광지와 골목상권 중심으로…보급보다 실제 활용에 무게
| ▲지난 2월 24일 부산시청 시민건강국장실에서 열린 시와 대선주조의 ‘부산올랭 홍보 및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부산광역시 |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관광권역과 특정 상권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이용 정도와 큐알코드 비치 상태, 외국인 이용 편의성 등을 살펴 우수업소 47곳을 선정했으며, 인증현판과 홍보물도 배부할 계획이다. 참여 업소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관광객이 찾는 음식점에서 메뉴판이 꾸준히 쓰이도록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으로는 우수업소의 큐알코드 비치 상태와 메뉴정보 갱신 여부를 점검하고, 올해 11~12월 운영실적을 분석해 내년도 확대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박정현 부산시 보건위생과 주무관은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과 도입 문의도 늘고 있다”며 “앞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축제장 등으로 활용을 넓히고, 외식·식품안전·관광서비스를 통합한 공공 AI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