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에 걸친 국회의 직무유기

[조례가 만드는 지방자치]

한국학중앙연구원 윤왕희 정치학 교수 입력 : 2026.11.06 09:25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88년 이후 무려 32년 만의 일이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나서는 처음 있는 일이니, 그동안의 민주주의 진전 상황을 반영하는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개정안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의 특례’를 담고 있는 제4조였다. 이 조항으로 인해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6년 동안 이 조항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제21대 국회의 초반에 입법된 이 조항이 왜 그동안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걸까? 국회는 벌써 21대를 지나 22대 국회의 후반기에 접어들었고, 그 사이에 대통령은 문재인, 윤석열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가뭇없는 시간이 흘렀다. 어디에서 잘못됐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입법의 시간인 정기국회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같은 상황은 국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지방자치법 제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이 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되, 이를 위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4조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기관구성의 유형과 방법 등을 규정하는 관련 법률이 따로 제정돼야 하는데, 국회는 지난 6년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니 단 하나의 근거 조항만 도입하고 생색만 냈을 뿐, 국회가 제대로 된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렵사리 도입된 지방자치법 제4조가 사문화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지경이다.

우리나라 자치구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송파구인데 65만명에 이른다. 반대로 가장 인구가 적은 군 단위 지역은 울릉군으로서 1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면적으로 보면 울릉군이 송파구에 비해 2배 이상 더 넓다. 인구와 면적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와 환경적 여건도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데 두 기초지자체의 기관구성 형태는 기관대립형으로 동일하다. 두 곳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가 똑같은 형태이다.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지방행정 또한 복잡다단해지면서 천편일률적인 기관대립형 모델이 더 이상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분권을 말하면서도 여전히 지역 간 차이와 다양성, 그리고 지역의 자율성에 대한 정치적 사고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방을 지방에게 돌려주기’ 위한 출발점은 지방자치단체의 구성 방법에서부터 각 지방의 실정에 맞게 주민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미국의 지방정부 유형은 시장-의회형(Mayor-Council form), 의회-관리자형(Council-Manager form), 위원회형(Commission form), 주민총회형(Town Meeting form) 등 4가지가 존재한다. 이것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형태의 지방정부도 물론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활정치, 주민참여,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조되는 지방 수준에서라면 그 지역의 수요와 특색에 부합하는 고유의 거버넌스 모델을 창출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적 고민을 법안의 형태로 담아내야 할 국회의 노력은 너무 미진하다.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된 제21대 국회에서는 김영배 의원의 발의 법안만 하나 존재하고,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이광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다양화를 위한 특별법안’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1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8.2%가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다양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9.6%에 그친다. 국회가 스스로 기관구성 다양화를 위한 근거 조항을 도입해놓고도 아직까지 그것의 실행을 위한 후속 입법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입법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국회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받아안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입법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6년은 기다리기에 너무 긴 시간이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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