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과 함께 ‘책임·전문성’도 담아라

[심층리포트②]풀뿌리 민주주의 완결판 '지방의회법'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현승 기자 입력 : 2026.11.03 09:31
편집자주지방의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의회의 법적 위상과 전문성을 강화해 집행부 견제 기능을 내실화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지방의회법안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재해 이 법안이 지방자치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짚어본다.
▲지난 9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지방의회법 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사진=뉴스1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지방의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 제정이 지방자치 발전으로 이어지려면 의회의 전문성과 도덕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의회의 활동은 확대되고 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에 따르면 광역의회에서 의원과 위원회가 발의·제안한 조례안의 비중은 제1기 12.1%에서 제8기 70.5%로 상승했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 활동도 늘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의회 백서에 따르면 전국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대상 기관 실적은 제6기 2만2318건에서 제8기 3만3861건으로 약 52% 늘었다.

의정활동 확대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2022년 시행된 지방자치법 개정법으로 지방의회의 인사권은 독립됐지만 조직 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는 “지방의회가 조직과 예산을 독자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집행부가 인력과 예산을 결정하는 구조”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심사 등 견제해야 할 의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한 확대만큼 책임도…청렴성 확보와 이해충돌 방지 과제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지난 2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지방의회 외유성 국외 출장 근절 및 책임 전가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한 권한 확대와 함께 지방의원의 청렴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에 제8기 지방의회 출범 이후 약 2년간 전국 20개 지방의회(광역7·기초13)를 점검한 결과, 지방의원이나 가족 등과 관련된 부적정 수의계약이 1391건(약 31억원)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의 겸직에 따른 이해충돌을 사전에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지방의원은 일정 범위에서 겸직이 허용되는 만큼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을 심사할 때 사적 이익이 개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지방의원은 겸직 사실을 의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의장은 신고 내용을 연 1회 이상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일부 지방의회법 제정안에는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미리 등록하고, 이해충돌 발생 시 신고와 표결·발언 회피 신청을 의무화했다.

이지윤 충남도의원은 “겸직 기관의 업무와 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의 소관 업무, 해당 기관에 대한 보조금이나 위탁사업 등을 함께 살펴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서는 신고와 회피가 실제로 이뤄져야 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그 처리 과정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윤 교수는 일부 의원의 문제로 의회 전체를 불신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그는 “법 규정을 위반한 일탈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일탈 행위가 일부 존재한다고 해서 그 기관의 의의나 존재 자체를 폄하하는 일은 옳지 못한 방향”이라고 밝혔다.

하 선임연구관은 제도 보완을 통해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한 확대는 책임 강화와 함께 가야 한다”며 “의회 내부의 자율적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윤리·이해충돌 방지와 정보공개·주민 감시를 지방의회법에 제도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책지원관 확충 넘어 의회 전체의 전문성 강화 필요
▲지난 10월 6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남악청사 행정소방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윤난실 당시 시민주권부시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윤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는 내용도 지방의회법에 담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책지원관 확대도 그중 하나다. 현행법상 의원 2명당 정책지원관 1명이 배정되는데, 현장에서는 한 사람이 의원 두 명을 지원하는 구조로는 충분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경현 경기도의원은 “행정사무감사나 예산·결산 심사처럼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다른 의원과 일정이 겹치기 쉽다”며 “의원과 꾸준히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깊이 있는 정책 지원이 가능한데,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의회 인력을 증원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채용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 선임연구관은 정책지원관 충원율이 50% 이하인 기초의회 8곳이 모두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정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원 상한은 의원 정수까지로 하되 실제 정원은 조례로 정하고, 직급·보수·경력체계를 개선해 소규모 의회의 인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회 전체의 전문성을 높일 지원 체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윤 교수는 “아무리 역량이 탁월한 지방의원일지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며 “의원 개인뿐 아니라 상임위원회와 교섭단체, 의회 전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의원은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전문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회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처럼 조례 입안과 예산·결산 분석을 전담하는 지원 기구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의원과 직원 모두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의회 차원의 교육기관을 둘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연구기관과의 협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의원은 “행정이 복잡해지고 전문화되는 만큼, 의회도 사업의 필요성과 법적 타당성, 예산의 적정성과 집행 성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가와 연구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청문·주민참여·운영 자율성…법에 담을 우선 과제는
▲2023년 11월 3일 충북도교육청 화합관에서 진행된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천범산 당시 부교육감(왼쪽)과 교육청 간부 공무원들이 선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와 지방의원들은 지방의회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으로 △인사청문·자료 요구의 실효성 확보 △주민참여와 정보공개 확대 △지역 여건에 맞는 운영 자율성 보장 등을 꼽았다.

유 의원은 인사청문 의무화와 자료 제출 요구의 실효성 확보를 우선 과제로 언급했다. 국회는 법률이 정한 공직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돼 있지만, 지방자치법은 단체장이 의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개최 유무가 인사권자에게 달려 있다. 또 유 의원은 “안건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해도 집행부에 제출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지방의회는 견제 대상인 집행부가 협조해야만 견제할 수 있는 불완전한 제도 속에서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이 의정활동을 살펴보고 참여할 수 있는 장치도 과제로 꼽혔다. 하 선임연구관은 “의회의 자율성·책임성과 함께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조항이 필요하다”며 “의정활동 모니터링, 청원 처리 결과 공개, 주요 의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과 의회도 의정활동·예산집행·윤리심사 결과를 적극 공개하고, 이해충돌 방지를 실천해 주민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회마다 다른 규모와 운영 여건도 중요한 문제다. 의원 정수가 167명인 경기도의회와 7명인 울릉군의회처럼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모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내용을 담아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의회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지역에 맞는 운영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을 개방형으로 설계할 필요성이 있다”며 “지방의회법은 의회의 독립성·전문성·책임성을 보장하면서, 각 의회가 그 틀 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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