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식(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지난 8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득구, 김문수, 이광희, 이해식, 신정훈,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시스 |
집행부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지방의회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정부에 종속된 조직·예산·감사 권한을 지방의회에 부여해 집행부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지방자치법과의 법 지위 혼란과 지방의회 자율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래로 35년간 지방의회 권한은 조금씩 확대돼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다. 이를 통해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사권이 지방의회 의장에게 이관됐으며, 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보좌하는 ‘정책지원관’ 제도가 신설됐다. 2023년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에는 지방의회 인사청문회의 법적 근거도 담겼다.
◇“권한·기능 약해 집행부 견제 어려워”…커지는 지방의회법 제정 요구
| ▲남인순(앞줄 오른쪽 네 번째) 국회부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6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및 지방의원 전국대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
전문가들은 현재 법·제도 안에서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지방의회는 조직구성권과 세출예산편성권을 갖고 있지 않다. 현행법상 지방의회 사무직원 수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인건비 등 기준에 따라 조례로 정한다. 의장이 직원을 임용할 수는 있지만 의회가 필요한 조직과 정원을 자체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경직된 조직권으로 인해 입법 활동의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경기도의회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 TF’ 위원인 유경현 의원은 “167명의 경기도의회 의원이 발의하는 조례를 검토하는 법제과 직원은 4명뿐”이라며 “조례 검토에 한 달 넘게 소요돼 인력을 늘리려 해도 정부가 정한 인건비 기준과 집행부가 편성한 의회 예산 등에 가로막혀 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집행부와의 인력·직급 체계 차이도 크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3년 9월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의 사무기구 소속 공무원 숫자가 집행기관에 비해 적다. 최상위직 아래의 중간 직급 체계가 없어 자체 승진체계를 구축하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기초지방의회 소속 한 공무원 이모씨는 “시 집행부와 직급 차이가 있어 자료 요구 등 업무 추진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의장에게 직원의 임용권 등 인사권이 주어졌으나 반쪽짜리 개정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다.
현행 법·제도하에선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도 부족하다. 행정사무감사나 예산심사 시 자료를 요구해도 집행부가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인사청문회는 단체장이 요청해야만 열리고, 의회가 부적격 의견을 내도 임명을 막을 수는 없다. 법적으로 청문 대상도 제한적이다. 정무직 국가공무원인 부지사, 제주 행정시장, 지방공사 이사장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방의회에 부여된 법적·제도적 권한이 미흡한 면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인사권과 재정권 등이 미흡해 지자체장이 강력할 경우 지방의회가 견제 기능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로 태생적 한계를 꼽는다. 현재 지방의회 관련 법률을 담은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단체에 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의 지위와 권한은 제한적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지방자치 강화를 위해선 지방의회가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의결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이 아닌 지방의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법안 분석, 조직·예산 자율성 주고 책임성 장치 마련
국회에서는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가 꾸준히 진행됐지만 법제화로는 이뤄지지 못했다. 제20대 국회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의회법안을 처음 발의한 뒤 제21대 국회에서도 총 4건이 발의된 뒤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현 22대 국회에는 총 6건(이해식·강득구·장경태·이광희·신동욱·신정훈 의원 대표발의)의 지방의회법안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지방의회법안은 공통적으로 현행 지방자치법의 지방의회 관련 규정을 분리·보완해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 운영 절차를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법안에는 의회사무기구의 조직·정원 자율성, 정책지원관 정원 확대와 처우 개선, 인사청문회 운영, 지방의회의 윤리성과 책임성 강화 등이 담겼다.
먼저 6개 발의안 모두 지방의회 경비를 지방자치단체 예산에 독립적으로 계상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또한 단체장이 요구액을 감액하려는 경우 의장에게 설명·통보하도록 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절차적 권한을 강화했다. 하지만 최종 예산안 편성 및 제출권은 지자체에 둬 일부 지방의회가 요구하는 예산편성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의회사무기구 조직권은 현행 규정과 동일하다. 사무기구 설치 및 직원 정원 관련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신정훈 의원안에는 의회 의장의 의견 제출에 대해 단체장의 존중 의무를 신설한 것이 특징이다.
지방의회의 윤리 및 책임 부분도 명확히 했다. 6개 발의 법안 모두 의원이 체포 또는 구금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기간에는 의정활동비 등의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 지방의회가 조례로 의정비 지급을 제한했던 것을 법제화하려는 취지다. 대부분의 발의안에는 별도의 장으로 ‘의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마련해 체계화·구체화했다. 특히 사적 이해관계의 사전 등록과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검토를 연계해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정훈 의원안에는 지방의회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의정활동과 직접 관련된 경우에만 공무국외출장 허용 △의원의 사적이해관계자와 수의계약 체결 시 윤리심사자문위에 사전 통보·검토 요청 △의원 90일 출석정지 징계 신설 △지방의회 정보공개 의무 명시 및 공개 대상 구체화 등이다.
정책지원관 정원은 법안별로 차이가 있었다. 이해식 의원안은 현행과 동일하게 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에서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반면 강득구·신정훈·신동욱 의원안은 의원 정수의 범위에서, 장경태 의원안은 광역과 기초의회에 차이를 뒀다. 광역의회의 경우 의원 정수의 2배, 기초의회는 의원 정수의 범위로 규정했다. 이광희 의원안은 조례로 위임하도록 했다.
정책지원관 신분을 규정한 발의안도 있다. 신동욱 의원안에는 정책지원관을 일반직공무원이 아니라 별정직공무원으로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체계 정비, 자율성 보장 등 보완책 마련해야
|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지난 9월 29일 2026년 제6차 임시회에서 ‘지방의회법 조속 제정 촉구안’을 제20대 전반기 제1호 안건으로 채택했다./사진제공=경기도의회 |
지방의회법 발의 및 제정 촉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반론과 우려도 있다. 지방의회법을 별도로 제정한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영국, 독일 등의 국가엔 지방의회법이 없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교수는 “지방자치의 가치와 전통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지방자치 선진국의 경우 국민들에게 지방의회의 가치가 폭넓게 인정되고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이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기 때문에 지방의회법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법체계를 우선적으로 바꾸고 지방의회의 법적인 위상과 권한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주장이다.
지방자치법과의 체계 적합성 문제도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사무, 주민의 권리,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조직 및 권한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 여기서 지방의회 관련 사항만 별도 법률로 제정하면 양 기관의 권한 배분과 견제 관계가 다른 법률로 규정돼 규정의 중복이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의회법의 적용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기관구성 형태 다양화의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일률적 규정은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회법을 제정하되, 지방의회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방의회는 규모와 상황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 선임연구관은 “무조건적인 ‘국회법 복제’가 아닌 지방의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법률상 기준과 위임 범위에서 지역 여건에 맞게 조례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